전 세계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엘니뇨(El Niño) 현상이 올해 강하게 발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국 역시 폭염과 집중호우, 식량 공급 불안 등의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엘니뇨가 단순한 기후 현상을 넘어 경제와 식량안보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변수라고 분석한다.
슈퍼 엘니뇨 발생 가능성 높아져
일본기상청(JMA)에 이어 미국 해양대기청(NOAA)도 올해 엘니뇨 발생을 공식 선언하고 관련 경보를 발표했다.
NOAA 산하 기후예측센터(CPC)는 현재 진행 중인 엘니뇨가 겨울철로 접어들면서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특히 이번 엘니뇨가 매우 강한 수준으로 발전할 경우, 관측 기록이 체계적으로 관리되기 시작한 이후 가장 강력한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엘니뇨는 적도 태평양 중동부 해역의 특정 관측 구역에서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될 때 선언된다. ‘슈퍼 엘니뇨’는 공식 학술 용어는 아니지만, 매우 강력한 엘니뇨 현상을 설명할 때 널리 사용되는 표현이다.
적도 태평양 해수면 온도 급상승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의 하경자 교수는 일반적으로 적도 태평양 중동부 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2도 이상 높은 상태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이를 슈퍼 엘니뇨로 부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관측 결과에 따르면 적도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는 이미 평년 대비 약 2.5도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슈퍼 엘니뇨로 발전할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주요 신호로 평가된다.
한국 기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엘니뇨는 전 세계 대기 순환 체계를 변화시키기 때문에 한국의 기후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구체적인 영향은 대기 흐름과 고기압의 위치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하 교수는 엘니뇨가 북태평양 고기압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한국이 고기압 가장자리에 위치할 경우 강수량이 증가할 수 있으며, 반대로 고기압이 한반도를 직접 덮게 되면 폭염 발생 빈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겨울 기온 상승·여름 집중호우 가능성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엘니뇨가 대기 순환을 통해 한국의 겨울철 기온과 강수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엘니뇨가 약해지는 다음 해 여름에는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기온이 다소 낮아질 수 있지만, 국지성 집중호우와 같은 극한 강수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한국에서는 여름철 기록적인 폭우와 도심 침수 피해가 반복되고 있어, 엘니뇨의 영향이 현실화될 경우 기상 재난 대응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식량안보와 물가에도 영향 우려
전문가들은 엘니뇨가 농업 생산성과 국제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나노웨더 대표이자 부경대학교 명예교수인 오재호 박사는 한국의 식량자급률이 약 25% 수준에 머물러 있어 밀, 옥수수, 대두 등 주요 곡물을 해외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요 곡물 생산국에서 이상기후가 발생할 경우 생산량 감소와 공급 차질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국제 곡물 가격 상승과 국내 식품 물가 불안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세계 주요 농업 지역에서 가뭄이나 홍수 등 기상이변이 발생하면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릴 수 있어, 엘니뇨를 국가 경제와 식량안보 차원의 위험 요소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후변화와 엘니뇨의 미래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엘니뇨와 라니냐 현상이 과거보다 강해진 경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기후변화에 의해 직접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한 과학적 증거가 확보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라니냐는 엘니뇨와 반대로 적도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아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두 현상 모두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를 유발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일부 연구에서는 현재와 같은 온실가스 배출 추세가 지속될 경우 향후 30~40년 동안 엘니뇨가 더욱 강하고 규칙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장기적으로 이산화탄소 농도가 극단적으로 증가할 경우 엘니뇨 체계 자체가 변화하거나 약화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학계에서는 여전히 다양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지속적인 관측과 예측 역량 강화 필요
전문가들은 엘니뇨가 기후뿐 아니라 경제, 농업, 식량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장기적인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하 교수는 엘니뇨 변동성을 지속적으로 관측하고 다양한 예측 기법을 활용해 영향을 분석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인 기후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슈퍼 엘니뇨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 역시 폭염과 집중호우, 식량 가격 상승 등 다양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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