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카타르산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차질 가능성에도 국내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국제 가스 가격 상승이 전기요금과 난방비 등 국내 에너지 비용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면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카타르 ‘불가항력’ 선언 보도…정부 “수급 영향 제한적”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카타르 국영 에너지기업 카타르에너지가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과의 장기 LNG 공급 계약에 대해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양기욱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동상황 대응본부’ 브리핑에서 “카타르 측의 공식 발표는 아직 없지만, 현실화될 경우 주요 계약자인 한국가스공사가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미 올해 도입 물량 계획에 카타르 물량을 포함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불가항력 선언이 실제로 이뤄지더라도 국내 수급에 추가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카타르 물량을 제외하더라도 올해 말까지 사용할 수 있는 LNG를 확보했으며, 추가 물량 확보도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 우려…전기·난방요금 부담 확대 가능성
다만 정부는 공급보다 가격 측면의 리스크를 주요 변수로 보고 있다. LNG 가격 상승이 전력요금과 도시가스 요금으로 이어지는 ‘도미노 효과’가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양 실장은 “카타르산 LNG 공급이 전면 중단되는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향후 3~5년간은 대체 도입이나 트레이딩 물량을 통해 수급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이 구매자 중심에서 판매자 중심으로 전환될 가능성과 가격 변동성이 커졌다는 점이 핵심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특히 “가스 가격이 상승하면 가스발전 단가가 올라 전기요금 전반에 부담이 되고, 도시가스를 통한 난방비에도 영향을 준다”고 덧붙였다. 이는 한국처럼 LNG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여름 이후 요금 인상 가능성…발전 믹스 조정 검토
정부는 계절적 수요가 증가하는 여름 이후 에너지 요금 인상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발전원 구성 조정 등 대응책도 검토 중이다.
양 실장은 “여름 이후 다양한 요금에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관계 부처에서 원자력 발전 가동률을 높이고 가스발전 비중을 줄이는 방안을 이미 발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원전과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려는 정책 방향과도 맞물린다.
석유화학 공급망도 영향…페인트 가격 급등 사례
중동 리스크는 LNG뿐 아니라 석유화학 제품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나프타 등 주요 원료 수급 차질로 일부 생활·산업 제품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양 실장은 “쓰레기봉투 품귀나 페인트 가격 상승 등 개별 사례에 대해 원인을 분석 중”이라며 “특히 페인트 가격이 40% 이상 급등한 것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으로, 관련 공급망을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에너지 위기가 단순히 전력·가스 요금에 그치지 않고 산업 전반과 생활 물가에 파급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란 공격 여파…카타르 LNG 시설 일부 손상
이번 사태의 발단은 이란의 군사 행동이다. 이란은 지난 19일 카타르 북부 라스라판 가스 시설을 공격했고, 이로 인해 전체 LNG 생산설비 14곳 중 2곳이 손상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24일 카타르가 이 같은 상황을 이유로 장기 공급 계약에 대해 불가항력을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계약상 배상 가능성 여부와 관련해 양 실장은 “구체적인 계약 내용을 검토해야 한다”면서도 “카타르가 선제적으로 불가항력을 선언한 배경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결론: 수급 안정 속 가격 변수…에너지 정책 대응 시험대
정부는 카타르발 LNG 공급 차질에도 단기적인 수급 안정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 에너지 시장의 구조 변화와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전기요금과 난방비 상승 가능성은 현실적인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향후 에너지 수입 구조 다변화와 발전 믹스 조정 등 중장기 대응 전략이 한국 경제와 가계 부담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