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최근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장르는 단연 방치형 RPG다. 짧은 시간만 투자해도 성장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직장인과 학생층을 중심으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지만, 유사한 시스템을 내세운 신작들이 대거 등장하며 시장 포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2월 정식 출시된 ‘미송자의 노래’는 고전 RPG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출시 전 사전예약 100만 명을 기록한 데 이어, 도트 그래픽과 OST, 낮은 진입 장벽 등을 앞세워 국내 이용자들 사이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특히 28일부터 시작된 ‘창세기전’ 컬래버레이션은 국내 RPG 팬들의 관심을 다시 한 번 끌어올리고 있다.
개발사 라이트코어 게임즈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게임의 기획 방향과 이용자 반응, 그리고 창세기전 협업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세상을 움직이는 건 이름 없는 사람들”
북유럽 신화와 ‘평범한 인간’에 주목한 이유
‘미송자의 노래’는 북유럽 신화를 기반으로 하지만, 흔히 등장하는 영웅 중심 서사 대신 평범한 인물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 특징이다.
개발진은 “시대를 실제로 움직이는 존재는 이름 없이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선택받은 영웅 대신 양치기 소녀나 떠돌이 검사 같은 인물들을 중심에 배치한 것도 같은 이유다.
이들은 화려한 운명을 타고난 존재는 아니지만,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앞으로 나아간다. 게임 제목 속 ‘미송자’ 역시 아직 세상에 기억되지 않은 사람들을 의미한다. 개발진은 이용자들이 이 캐릭터들을 성장시키며 자신만의 전설을 만들어가는 경험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포화된 방치형 시장에서 살아남은 전략
“짧게 즐겨도 성장 체감이 중요”
개발진은 ‘미송자의 노래’의 핵심 방향성을 ‘낮은 부담과 높은 피드백’으로 정의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짧은 플레이만으로 성장 체감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단순히 접속 시간을 늘리는 대신, 제한된 시간 안에서도 성취감과 전략성을 동시에 제공하는 데 집중했다는 것이다.
특히 방치형 게임 특유의 편의성과 전략 요소 사이의 균형에도 공을 들였다. 장시간 수동 조작 없이도 즐길 수 있도록 하면서, 파티 조합에서는 충분한 전략적 깊이를 확보했다.
게임 내 4대 클래스와 6대 속성 조합에 따라 전투 흐름이 크게 달라지며, 같은 파티라도 스킬 사용 순서에 따라 결과가 뒤집히는 구조다. 여기에 레벨 및 장비 공유 시스템을 도입해 캐릭터 육성 부담 없이 다양한 조합을 실험할 수 있도록 했다.
미니게임으로 살린 ‘고전 RPG 감성’
광산 채굴·지뢰찾기 등 서브 콘텐츠 강화
전투 외에도 광산 채굴, 원라인 드로잉, 지뢰찾기 같은 다양한 미니게임이 포함된 점도 특징이다.
개발진은 과거 콘솔 RPG 황금기 시절, 이용자들이 미니게임에 몰입해 메인 스토리를 잠시 잊곤 했던 경험을 재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반복적인 전투 흐름 사이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리듬 변화를 주려 했다는 의미다.
이용자 반응 역시 긍정적인 편이다. 개발진은 앞으로도 반복 피로도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캐주얼 미니게임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엔드 콘텐츠는 ‘단순 수치 경쟁’ 대신 연구 중심
파티 조합과 시너지 강조
방치형 RPG 특성상 콘텐츠 소비 속도가 빠른 만큼, 상위 이용자들을 위한 엔드 콘텐츠 준비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현재 게임에는 ‘신의 시련’, ‘고층 도전’, ‘길드전’ 등이 대표적인 엔드 콘텐츠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신의 시련’은 여러 캐릭터를 동시에 육성하고 보스 패턴에 맞춰 조합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단순 전투력보다 파티 구성과 스킬 시너지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개발진은 앞으로도 단순 수치 경쟁보다는 지속적인 연구와 공략이 필요한 고난도 콘텐츠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국과 일본 이용자 성향 차이도 뚜렷
한국 이용자는 ‘효율 연구’ 성향 강해
‘미송자의 노래’는 지난해 일본에서 먼저 출시된 뒤 한국에 정식 서비스됐다. 개발진에 따르면 일본과 한국 이용자들의 플레이 스타일 차이도 분명했다.
일본 이용자들은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즐기는 편안한 템포를 선호했고, 장기간 천천히 성장하는 방식에 호의적이었다. 반면 한국 이용자들은 시스템 연구와 효율 분석에 훨씬 적극적인 성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파티 조합과 클래스 시너지, 성장 효율 분석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았으며, 일본에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던 자동 도전 해금 조건에 대해서도 한국 이용자들은 빠른 개선을 요구하는 등 반응 속도가 빨랐다고 전했다.
반대로 일본 이용자들의 세밀한 피드백은 연출 강화에 영향을 미쳤다. 캐릭터 애니메이션과 음성 연출 개선 요구를 적극 반영하면서 한국 출시 버전에서는 전체적인 몰입감과 연출 품질이 한층 강화됐다는 설명이다.
왜 하필 ‘창세기전’이었나
“한국 PC RPG의 상징 같은 작품”
이번 컬래버레이션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신규 SSR 캐릭터 ‘흑태자’다.
개발진은 “팀 내부에 창세기전을 좋아했던 팬들이 많았다”며 “창세기전은 한국 PC RPG 역사에서 상징적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미송자의 노래’ 역시 과거 PC RPG 감성에서 큰 영향을 받은 만큼, 세계관과 캐릭터 분위기 측면에서 두 작품의 궁합이 잘 맞는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특히 단순한 IP 인지도보다, 이용자들이 캐릭터를 보는 순간 과거의 감정과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비극적인 운명과 정복자의 위엄을 동시에 지닌 흑태자의 이미지가, 평범한 인간들이 세상을 지탱한다는 ‘미송자의 노래’의 서사와 잘 어울렸다는 설명이다.
“흑태자의 무게감과 존재감 살리는 데 집중”
개발진은 흑태자를 구현하면서 단순히 그래픽 해상도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원작의 제한적 픽셀 표현을 현대적인 픽셀 액션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데 집중했으며, 검을 휘두를 때의 무게감과 전투 리듬, 압도적인 존재감을 세밀하게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나치게 화려한 연출 대신, 거대한 용암 폭발과 묵직한 일격 중심의 연출을 통해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흑태자의 성격을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추억 속 RPG 감성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
라이트코어 게임즈는 향후 시라노, 이올린 등 다른 창세기전 캐릭터 추가 가능성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재는 흑태자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용자 반응이 긍정적일 경우, 창세기전뿐 아니라 고전 RPG 감성을 가진 다양한 IP와의 협업도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개발진은 마지막으로 “짧은 시간만 플레이해도 자연스럽게 다시 접속하고 싶어지는 게임으로 기억되길 바란다”며 “한국 이용자들의 깊이 있는 피드백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게임 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맥주 괴짜. 사악한 대중 문화 닌자. 평생 커피 학자. 전문 인터넷 전문가. 육류 전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