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에서 폐렴 등 중증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에 대한 예방접종 권고가 확대됐다. 국내 감염병 전문가 단체가 성인 예방접종 지침을 개정하면서, 고령자와 만성질환자를 중심으로 백신 접종 필요성이 한층 강조되고 있다.
대한감염학회, 성인 RSV 백신 접종 가이드라인 개정
대한감염학회는 25일 성인 예방접종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발표하고, 50세 이상 고위험군과 75세 이상 모든 성인을 대상으로 RSV 백신 1회 접종을 권고했다.
구체적인 권고 대상은 다음과 같다.
고위험군 기준 (50~74세)
- 만성 심혈관질환 환자
- 만성 폐·호흡기질환 환자
- 당뇨병 환자
- 중등도 이상 면역저하자
- 요양시설 거주자
또한 75세 이상은 기저질환 여부와 관계없이 접종 대상에 포함된다. 이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한국 사회에서 감염병 예방 전략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RSV 감염, 고령층에서 폐렴·사망 위험 높아
RSV는 국내에서 법정 4급 감염병으로 분류되며, 감염 시 콧물, 인후통, 기침, 가래 등 일반적인 호흡기 증상이 나타난다.
건강한 성인의 경우 대부분 경증으로 지나가지만, 다음과 같은 고위험군에서는 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 영유아 및 어린이
- 고령자
- 만성질환자
- 면역저하자
국내 연구(2012~2015년)에 따르면 RSV로 입원한 19세 이상 환자 204명 중 65세 이상이 64.7%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어 50~64세가 25.5%였다.
특히 고령 환자 중심으로 입원이 이루어지면서 전체 환자의 57.8%에서 폐렴이 동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RSV가 단순 감기를 넘어 심각한 호흡기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독감보다 높은 치명률…“2.7배 위험”
RSV의 위험성은 흔히 비교되는 인플루엔자(독감)보다도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2013~2015년 국내 대학병원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RSV 감염자의 20일 사망률이 18.4%로, 인플루엔자 환자(6.7%)보다 약 2.7배 높았다.
전문가들은 사망률 증가 요인으로 다음을 지목했다.
주요 위험 요인
- 폐렴 발생 빈도 증가
-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동반
- 저산소혈증
- 세균 동시 감염
또한 해외 연구에서는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RSV 입원 위험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기저질환 1개: 입원 위험 2.7배 증가
- 기저질환 2개 이상: 입원 위험 9배 증가
이는 만성질환 관리가 RSV 중증화 예방에도 중요한 요소임을 시사한다.
예방이 핵심…“항바이러스 치료 없어”
학회는 RSV 감염이 계절에 관계없이 연중 발생할 수 있지만, 국내 유행 시기를 고려해 늦여름부터 초가을 사이 접종을 권장했다. 이는 독감 예방접종 시기와 일부 겹치는 부분으로, 고령층 건강관리 전략에서 함께 고려될 수 있다.
특히 RSV는 현재까지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요법 외에 효과적인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없어 예방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노지윤 대한감염학회 성인예방접종위원(고려대 의대 교수)은
“RSV는 고령자와 만성질환자에서 중증 감염을 유발하고, 국내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인 폐렴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라며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은 질병 부담과 예방 필요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50~74세 고위험군과 75세 이상 성인은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RSV 백신 접종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령화 시대, RSV 예방 중요성 커져
한국은 빠른 고령화로 인해 폐렴 등 호흡기 감염병의 질병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겨울철뿐 아니라 연중 발생하는 RSV는 관리 사각지대에 놓이기 쉬운 감염병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독감, 폐렴구균 백신과 함께 RSV 예방접종을 고령층 건강관리의 핵심 축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지침 개정은 고령층과 만성질환자를 중심으로 RSV 예방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