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싸고 좋은 차는 없다”는 말은 오랫동안 통용돼 온 일종의 불문율이다. 특히 메르세데스-벤츠, BMW와 경쟁하는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우 가격은 곧 브랜드 가치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볼보자동차코리아가 파격적인 가격 인하 카드를 꺼내 들며 이 같은 공식을 뒤흔들고 있다.
EX30 가격 인하 일주일 만에 1000대 계약
3일 업계에 따르면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순수 전기 SUV ‘EX30’ 가격 인하 발표 이후 1주일 만에 신규 계약 1000대를 돌파했다. 최근 다소 주춤했던 국내 전기차 시장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례적인 성과다.
앞서 볼보코리아는 지난달 20일 EX30과 EX30 크로스컨트리(EX30CC)의 판매 가격을 다음 달 1일부터 700만원 이상 인하한다고 밝혔다. 단순 프로모션이나 한시적 할인과는 달리, 공식 판매가 자체를 낮추는 방식이다.
기존에도 EX30은 독일·영국·스웨덴 등 주요 유럽 시장보다 1000만원 이상 낮은 가격으로 책정돼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인하로 가격 경쟁력은 한층 강화됐다.
3000만원대 진입…국산 SUV와 정면 승부
가장 눈길을 끄는 모델은 엔트리 트림인 EX30 코어다. 기존 4752만원에서 761만원 내린 3991만원으로 조정되며 3000만원대에 진입했다.
이는 국내 소형 SUV 판매 상위권을 유지해 온 기아 셀토스, 중국산 전기 SUV인 BYD 아토3 등과 가격대가 겹치는 수준이다. 프리미엄 수입 브랜드가 사실상 국산 및 중국 브랜드와 동일 선상에서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된 셈이다.
상위 트림인 EX30 울트라는 700만원 인하된 4479만원, EX30CC 울트라는 4812만원으로 책정됐다.
전기차 보조금까지 적용하면 실구매가는 더 낮아진다. 서울시 기준 EX30은 321만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아 EX30 코어는 3670만원, EX30 울트라는 4158만원에 구매 가능하다. EX30CC 울트라는 288만원 보조금이 적용돼 4524만원 수준이다.
전기차 보조금이 해마다 축소되는 상황에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지금이 적기’라는 판단이 계약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옵션 유지한 채 공식가 인하”…기존 고객도 보상
볼보코리아는 이번 조치가 옵션 축소나 사양 변경을 통한 가격 조정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업계 최고 수준의 안전 및 편의 사양을 유지한 채 판매가를 낮췄다는 설명이다.
또한 기존 가격으로 출고한 고객을 위한 보상책도 마련했다. 기본 5년·10만km였던 무상 보증을 6년·12만km로 연장하고, 초기 프로모션을 통해 이미 6년·12만km 보증을 받은 고객에게는 7년·14만km까지 확대 적용한다.
이윤모 대표는 “EX30의 높은 상품성과 글로벌 전기차 전략, 국내 고객 수요가 맞물린 결과”라며 “더 많은 고객이 볼보가 지향하는 스웨디시 럭셔리를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차세대 전기 SUV EX30·EX30CC 성능은
컴팩트하지만 플래그십급 안전
EX30과 EX30CC는 볼보의 차세대 순수 전기 SUV로, 콤팩트한 차체에 플래그십 수준의 안전 기술과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안전을 브랜드 핵심 가치로 내세워온 볼보의 정체성을 그대로 담았다는 평가다.
EX30은 66kWh NCM 배터리와 후륜 기반 싱글 모터 익스텐디드 레인지 단일 파워트레인을 적용했다. 최고 출력 272마력, 최대 토크 35.0kg·m의 성능을 발휘하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5.3초 만에 도달한다.
1회 충전 시 복합 기준 주행거리는 351km다. 주행 환경에 따라 최대 400km까지 가능해 출퇴근은 물론 주말 레저 활동까지 소화할 수 있다.
EX30CC, 3.7초 만에 100km 도달
EX30CC는 66kWh 배터리에 듀얼 모터를 결합한 사륜구동(AWD) 트윈 모터 퍼포먼스 모델이다. 최고 출력 428마력, 최대 토크 55.4kg·m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7초 만에 도달한다. 복합 기준 주행거리는 329km다.
강력한 가속 성능과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동시에 확보해, 퍼포먼스를 중시하는 소비자층을 겨냥했다.
가격 전략, 전기차 시장 판도 바꿀까
최근 국내 전기차 시장은 보조금 축소와 충전 인프라 우려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프리미엄 브랜드가 가격 장벽을 낮추며 대중 시장으로 확장에 나선 것은 의미 있는 변화로 평가된다.
EX30의 ‘가격 파괴’ 전략이 일시적 반짝 효과에 그칠지, 아니면 수입 전기차 시장의 가격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분명한 것은, 프리미엄 전기 SUV의 기준 가격이 이전과는 다른 국면에 들어섰다는 점이다.

